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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카지노 딜러에서 개발자로: 닳는 일과 퍼지는 일을 구분하는 법 본문
들어가며
첫 월급을 받던 날을 기억한다.
캐나다 밴쿠버의 카지노에서 딜러로 일하며 받은 첫 달 급여였다. 한국 돈으로 환산하면 나쁘지 않은 숫자였다.
테이블 위에서 게임을 진행하고, 손님들과 흥미진진한 순간을 함께하는 일. 매 판이 다르고, 항상 다이내믹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통장 잔고를 확인하며 느낀 건 뿌듯함이 아니었다.
"이게 맞나?"
매일 아침 출근하면서 이 질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괜찮은 급여, 나쁘지 않은 환경. 그런데 왜 이 공허함은 사라지지 않을까.
이 글은 그 질문에서 시작해 개발자가 되기까지의 여정,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발견한 하나의 프레임에 관한 이야기다.
카지노에서의 시간
카지노 딜러는 사람과 부딪히는 직업이다.
테이블에 앉은 손님과 눈을 마주치고, 카드를 돌리면서 대화하고, 돈이 오가는 긴장 속에서 분위기를 읽어야 한다.
하루에 100명이 넘는 손님을 상대하며 카드를 섞었다. 영어로, 때로는 중국어로, 가끔은 바디랭귀지로.
처음엔 진짜 재미있었다.
매 판마다 결과가 달랐고, 손님들의 반응도 천차만별이었다.
- 긴장감 속에서 게임을 진행하고
- 좋은 패가 나오면 함께 환호하고
- 아쉬운 결과엔 같이 탄식했다
테이블마다 분위기가 달랐고, 같은 하루가 없었다. 그 다이내믹함이 좋았다.
손님이 크게 이기면 팁을 던져줬고, 분위기 좋은 테이블에선 농담도 주고받았다. 다양한 나라에서 온 사람들과 게임을 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게 흥미로웠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패턴이 보이기 시작했다.
8시간 동안 서서 같은 동작을 반복한다.
- 카드를 섞고
- 나누고
- 정리하고
같은 말을 수백 번 한다.
"Good luck, sir."
"Card?"
"No more bets."
게임의 다이내믹함은 여전했지만, 내가 하는 역할은 변하지 않았다.
손님이 바뀌어도, 테이블이 바뀌어도, 결국 나는 같은 자리에서 같은 일을 했다.
- 3개월이 지나자 업무에 익숙해졌다
- 6개월이 지나자 패턴이 반복됐다
- 1년이 지나자, 뭔가 이상하다는 걸 느꼈다
경력이 쌓여도 하는 일이 똑같았다.
연차가 올라가도 크게 달라지는 건 없었다.
새벽 4시의 질문
어느 새벽 4시, 야간 근무를 마치고 빈 테이블을 정리하다가 문득 생각했다.
"10년 후에도 나는 여기서 카드를 섞고 있을까?"
주변을 둘러봤다.
나보다 10년 먼저 이 일을 시작한 선배들이 있었다. 그들은 여전히 같은 테이블 앞에서 같은 동작을 하고 있었다.
물론 연봉은 올랐겠지만, 하는 일의 본질은 달라진 게 없었다.
그때 깨달았다.
이 일은 "일할수록 닳는 일"이었다.
게임을 진행하는 건 여전히 재밌었다. 손님들과 어울리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경력이 쌓여도, 연차가 올라가도, 나에게 남는 건 점점 줄어드는 느낌이었다.
- 체력은 닳고
- 시간은 지나가고
- 하지만 내 역량은 크게 성장하지 않았다
오늘 8시간 일한 것이 내일의 나를 더 나아지게 하지 않았다.
그냥 8시간이 지나갔을 뿐이었다.
퍼지는 일을 찾아서
나는 "일할수록 퍼지는 일"을 찾고 싶었다.
퍼지는 일이란 이런 거라고 생각했다:
- 오늘 배운 것이 내일 더 잘하게 해주는 일
- 내가 한 것이 나에게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가치를 주는 일
- 시간이 지날수록 할 수 있는 게 늘어나는 일
여러 선택지를 고민했다. 그중 개발이 눈에 들어왔다.
개발은 퍼지는 일의 전형이었다.
- 한 번 작성한 코드는 계속 돌아간다
- 배운 기술은 다음 프로젝트에 쓰인다
- 경험이 쌓일수록 더 복잡한 문제를 풀 수 있게 된다
결심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코딩 부트캠프에 등록했다.
처음엔 모든 게 낯설었다. 변수, 함수, 객체. 영어 단어는 알겠는데 의미는 알 수 없었다.
힘들었다.
매일 밤 머리를 쥐어뜯었다. "내가 왜 이걸 시작했지?" 후회도 했다. 카지노에서 게임 진행하는 게 이것보단 쉬웠다.
하지만 차이가 느껴졌다.
- 어제 모르던 것을 오늘 알게 됐다
- 오늘 만든 코드가 내일 돌아갔다
- 지난주 풀지 못한 문제를 이번 주엔 풀었다
성장이 느껴졌다.
부트캠프를 마치고 스타트업에 취업했다. 첫 개발자였다.
부족한 게 많았지만, 매일 배웠다. 그리고 깨달았다.
이게 바로 내가 찾던 "퍼지는 일"이라는 것을.
지금, 퍼지는 일을 하며
지금은 Product Engineer로 일한다.
코드만 짜는 게 아니라, 제품 전체를 이해하고 사용자 문제를 해결한다.
- 고객과 대화하고
- 기획자와 논의하고
- 디자이너와 협업하고
- 그리고 코드를 짠다
재미있는 건, 카지노 딜러 시절 배운 것들이 지금 큰 자산이 됐다는 거다.
- 하루에 100명과 게임을 진행하며 익힌 소통 능력
- 다양한 국적의 손님들을 상대하며 배운 유연함
- 긴장된 순간에도 침착하게 게임을 이끄는 법
- 테이블 분위기를 읽고 맞춰가는 센스
이런 것들이 개발자로서 고객, 동료들과 일할 때 가장 큰 무기가 됐다.
당시엔 그 시간이 "버려진 커리어"라고 생각했다.
지금 보면, 돌아가는 것처럼 보였던 길도 결국 연결되어 있었다.
닳는 일과 퍼지는 일
돌아보며 정리한 프레임이 있다.
닳는 일:
- 경력이 쌓여도 하는 일이 똑같은 일
- 오늘의 노동이 내일의 자산이 되지 않는 일
- 시간을 쓸수록 나에게 남는 게 줄어드는 일
퍼지는 일:
- 배움이 축적되는 일
- 내가 한 것이 다른 사람에게도 가치를 주는 일
- 시간이 지날수록 할 수 있는 게 늘어나는 일
중요한 건, 이건 직업의 문제가 아니라 방식의 문제라는 거다.
개발이라고 무조건 퍼지는 건 아니다. 같은 CRUD만 반복하면 닳을 수도 있다.
반대로, 어떤 직업이든 시스템을 만들고, 지식을 쌓고, 공유하면 퍼지는 일이 될 수 있다.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던져보면 좋겠다:
"오늘 한 일이 내일의 나를 더 나아지게 하는가?"
"내 경험이 쌓이면서 할 수 있는 일이 늘어나고 있는가?"
"지금 하는 일이 나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가치를 줄 수 있는가?"
만약 세 질문에 모두 "아니오"라면, 뭔가를 바꿔야 할 때일지도 모른다.
마치며
카지노 딜러에서 개발자로. 들으면 특이한 경력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핵심은 직업의 전환이 아니었다.
"닳는 일"에서 "퍼지는 일"로 방향을 바꾼 것이었다.
매일 아침 "이게 맞나?" 질문했던 그 시간이, 결국 나를 여기로 이끌었다.
그 질문은 불편했지만, 변화의 시작이기도 했다.
지금 하시는 일은 닳는 일인가요, 퍼지는 일인가요?
혹시 "이게 맞나?" 질문하고 계신다면, 그 질문을 무시하지 마시길.
그게 변화의 시작일 수 있으니까.
이 글이 도움이 됐다면, 당신의 "닳는 일에서 퍼지는 일로" 경험도 댓글로 나눠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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