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서평/독후감]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서 - 샐리 티스데일 본문

책/서평

[서평/독후감]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서 - 샐리 티스데일

기록하는 동구 2020. 10. 29.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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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기록하는 동구 입니다.

 

이번에 소개해드릴 책은 샐리 티스데일의 인생의 마지막순간에서(원서로는 Advice for future corpses) 입니다.

직역하면 미래의 송장들에게 전하는 조언 이라는 뜻입니다.  

 

임종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가슴 아프고, 아름답고, 두렵고 , 혼란스럽고, 우스꽝스럽고, 심지어 유쾌한 경험을 두루 탐구하면 죽음과 죽어감에 관해 솔직하고 명쾌하게 이야기하는 책 입니다.  

 

죽음에 대해서 한번이라도 사색해보셨거나, 죽음때문에 아파해봤거나, 주변사람들에게 죽음이 왔을때 어떻게 해야할지모르겠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독후감

좋은 죽음이란 (What is good death?)


좋은 죽음이란 어떤것일까? 사람들은 대부분 좋은 죽음을 나이에 결부시켜 말한다. 과연 몇살을 죽기 적당한 떄라고 말할 수 있을까? 흔히 장수하면 좋다고 생각하지만, 불행한 상태로 오래 산 삶에게 좋은 죽음이라고 말할수 있을까?

삶의 질은 삶의 기간과는 관계가 없는것 같다. 사실 직접 살아보기 전까지 감히 뭐가 좋다고 단정 지을 수 없다. 

그렇다면 좋은 죽음은 어떻게 죽어야할까?

 

여느 사람들처럼 잠든상태에서 살며시 찾아오는 죽음이 괜찮을까? 예전에 우연히 티비 프로그램을 봤었는데  한 강연자가 했던  말이 생각난다. 일반인들이 고민을 풀어놓고 그 강연하는 사람이 그에 대한 답을 해주는 형식이였다.

질문을 한 일반인 한 50대 아주머니는 자신의 부모님이 나이가 들어서 아프신게 많은게 걱정거리라고  이야기했다. 그러자 그 강연자가 그 시기가 없이 한 순간에 휙 돌아가시게 되면 자식 입장에서는 아무것도 할수있는게 없고 후회만 남을테니  아프신걸 행운으로 여기고 보살펴 드리면서 부모님 한테 잘하고 소중함을 느끼라는 시기가 온거라고 굉장히 현명한 해답을 준것으로 기억한다.

 

사람은 늙고 병들어 죽는다. 그 현상은 매우 자연스럽고 우리 삶의 일부이다. 하지만  어려서부터 우리는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꺼리고 금기시한다. 죽음에 관해 이야기하는건 옳지못한 일로 여겨지며 소위 좋은 죽음에 대한 이상이 우리를 옥죄고 있다.

죽음은 성공이냐 실패냐의 문제도 아니고 좋고 나쁘고의 문제가 아니다. 죽음은 특정방식을 띠어야 할 필요도 없을 뿐더러 다르다고 해서 나쁜 방식이 아니다. 우리가 삶의 가치를 정하고 영위해 나가듯이, 죽음도 오로지 내 소관이고 죽음의 가치또한 내가 정하는 것이다.

 

내가 살아온 방식과 삶의 가치를 정하듯이 나에게 알맞은 죽음을 정하는것이 좋은 죽음, 능동적인 죽음이 아닐까?

 

 

 


나에게 죽음이 가장 가까웠을때 (When you face the reality of death)


 

언제였을까?  죽음이 나에게 가장 가깝게 느껴졌던 적이

 

캐나다로 떠나기 한달 전 즈음 고등학생 동창인 한 친구가 군대에서 백혈병으로 고생하다 결국 세상을 떠났다. 이십대 초반이던 나에겐 친구가 죽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지만 그 자체로 상당히 무겁게 다가왔다.

어색하지만 검은색 정장을 입고 한 친구와 함께 장례식으로 향했다. 밤 늦게 가서인지 먼저 왔던 다른 친구들은 떠나고 남아있던 동창 2명이 있었다.  그렇게 총 4명이서 육개장을 먹으며 먼저 간 친구이야기도 하고 친구 어머님에게 애도를 표하고 돌아오는 길이였다. 
그때 한 친구가 했던 말 한마디가 아직도 내 기억에 선명하다. 
  ‘XX는 어쩔수없이
먼저 갔지만 좋은곳으로 갔을거야 남은 우리라도 오래오래 살자’ 우리는 모두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고 그렇게 헤어졌다. 

 

 

그 후 내가 캐나다로 떠난지 한두어달 지난 즈음 어느날  장례식장에서 모였던 동창 4명 중 한명에게서 연락이왔다.

우리가 같이 오래오래 살자고 약속했었던 한 친구 YY가 안타깝지만 오토바이 사고로 떠났다고.

 

 

그때 그 순간 나는 그냥 멍해졌다. 그 자리에 서서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다. 곁에 아무도 없었지만 누군가 망치로 뒤통수를 쎄개 후려친듯 했다.   

만약 내가 그 날 그 장례식장에서 친구들과 오래 살겠다는 약속을 하지 않았더라면 이렇게 아쉬움이 남지 않았을까?

짧은 기간안에 친구 2명을 잃는 기분은 참 이루 말할 수 없이 허탈하다. 이 순간은 여태껏 살아오면서 죽음을 가장 가까이서 느껴본 경험으로 아직도 내 기억속에 선명하게 남아있다.

한층 더 나아가 우리가 결국 죽을 운명이라는 엄연한 전제가 다른 친구들, 내 가족들 심지어 나까지 피할수없다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깨달았다.

 

우리는 결국 죽을 운명이라는 엄연한 전제가 깔려있다.

 

우리는 갖가지 재료로 화려하게 만든 조화 보다 시들어버리는 생화를 좋아하고,

금세 떨어져 발길에 차이고 말 단풍을 일부러 찾아가 구경하며, 

산기슭 너머로 저물어가는 석양을 넋 놓고 바라본다.

금세 사라지고 말 취약성이 우리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위태로운 아름다움. 우리의 고충이 여기에 있다. 죽음은 결코 피할 수 없다. 우리는 사라지기 때문에 아름답고 영원할수 없어 고귀하다.

그러나 우리는 이 사실을 늘 잊고 산다.

 

죽음이라는 깜깜하고 허무한 존재가 도리어 내 삶을 더 가치있고 밝게 빛내 준다는 사실이. 

어차피 죽기때문에 대충 사는게아니라, 어차피 죽기때문에 열심히 살아가는 사실이.

 

이 책의 영어원서 제목은 Advice for futre corpses (미래의 시체들을 위한 조언) 이다.  죽음에 대해 언급을 꺼리거나 금기시하는 우리네 문화에서 벗어나 직설적으로 죽음을 바라볼 뿐만아니라 죽음을 우리네 삶속의 자연스러운 일부분으로써 어떻게 받아들이고 준비해야하는지 알려주는 '죽음 준비서' 같은 느낌이다. 삶도 죽음도 내가 선택하거나 나의 의지로 주어진것들이 아니다.

그저 주어진 삶 속에서 주체적인 나의 삶을 가꾸어나가는것이 능동적인 삶, 능동적인 죽음이 아닐까?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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