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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미루기의 천재들 - 앤드루 산텔라

기록하는 동구 2022. 5. 24.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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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 조금 더 미뤄도 괜찮아. 그동안 미루기 전문가임을 부정하며 살아왔던 이들에게 한번 더 미룰수있게 안정감을 주는 책


나는 그동안 왜 그렇게 할일을 미루는 나 자신을 왜 이렇게 싫어했을까? 그동안 살아오면서 미루기에 대한 부정적인식이 나도 모르게 나를 옥죄고 있던 탓일까 항상 일기를 적으려고하면 그날에 대한 회상보다는 그날에 해야했던 일을 잘 했는지 체크하기 바빴다. 

나의 미루기 역사를 비추어보자면, 매주 금요일 오후가 되면 다가오는 주말을 어떻게 재밌게 보낼까 들뜬 마음이 든다. 그리고 토요일 아침이되면 주말이라는 안정감에 취해 늦은 기상과 함께 시작한다. 그리고 눈을 감았다 뜨면! 어느새 일요일 늦은 저녁이 되어있다. 정말 놀랄 일이다. 그리고 어릴때 늦은 일요일 저녁에 항상 즐겨보던 개그콘서트라는 코미디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그  프로그램이 끝나면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들으면 이번주도 이렇게 허무하게 끝나는구나 금요일에 가졌던 주말을 시작하는 흥분과 기대감은 일요일 저녁에는 어느새 주말이 끝났다는 허무함과 미래에대한 공포감으로 바뀌어있었다. 

 

이 허무함과 공포감을 어떻게든 없애기위해 나는 미루는 일을 처리하기보다는 미루기에대한 근본적인 질문들을 하면서 미룰수밖에 없는 합당한 이유와 근거를 들어왔다. (건전한 방법은 아닌것같다) 

1. 꼭 해야했었나?
2. 꼭해야 된다면, 다음주가 있잖아. 

이렇게 하고나면, 심리적안정감으로 인해 그날 밤 잠은 푹 잘수가있게 된다. 공교롭게도 바로 그 다음주에 이 질문을 답습하는 나를 발견할수있었다. (물론 이 반복은 건강한 습관이 아닌걸 모두가 알것이다. 굳이 추천은 하지 않겠다.  그리고 각자 지점은 각자 다르지만 무조건 해야만하는 때가 온다.)

 

그러면 우리는 왜 할일을 자꾸 미루는 것일까? 이 책에서 나오는 심리학자 피어스 스틸이 말하기를 모든 미루기의 핵심에 공통적으로 존재한는 것이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는 무능력이 아니라 현재에대한 선호라고 강조한다. "우리가 일을 미루는 것은 대게 현재는 구체적으로, 미래는 추상적으로 느끼기 때문이다."

 

이걸보고 자기계발에서 항상 보던 글귀가 떠올랐다. "R=VD 현실은 생생한 꿈에서 비롯된다." 미래는 추상적이지만 현재에서 구체화하는 작업이 미루기를 조금 덜 미룰수있겠다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미루기에는 장점이 여러가지 있다. 

미루기는 사실 권위와 질서에대한 도전이고 반항이라는 사실이다. 상사에게 저항하고, 농땡이 피우고, 절대로 하면 안된다는 건 잘 알면서도 변태처럼 반드시 그 일을 하고 싶은 (미루고 싶은) 충동은 거의 모든 일터에서 존재한다. 이러한 '태업'은 용감한 저항의 수단이 될수있다. 미국 남부의 아프리카인 노예중 몇몇은 노예를 재산으로 보는 악덕 제도에 순응하는 대신 발을 질질끌고 느릿느릿 움직여 일을 방해하거나 지연시켰다. 심지어 스스로 독을 먹은 사람도 있었다니 미루기는 실로 대단한 일이였다. 내가 미국노예에게 비할바는 아니지만 꼭 길게 화장실을 가야될때면, 집보다는 회사에서 처리하는게 돈도벌고 시간도 보내고 좋지 않겠는가? (굉장히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미루기는 목표에대한 낭만을 유지 시켜준다.

진짜 목표는 목표에 도달하는게 아니라 계속해서 목표를 추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꿈꿔왔던 것을 이루어버리는 일은 오로지 가능성을 고갈시키고 한계를 설정할 뿐이다.

과정이 계속 이어지기만 한다면 그 어떤 일이라도 일어날 수 있다. 과정이 주는 낭만은 영원을 향해 손짓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한층 더 미루기에 대한 역사와 다양한 측면들을 살펴봄으로써 그동안 미루기전문가임을 부정했던 나를 잠시 내려놓고 인정하기로했다. 할일을 미뤘을때 일기를 쓰면서 투두리스트를 다 하지못했을때도 좀 더 합리적인 변명으로 맞설수있는 나를 성장시켜준 좋은 책이다. 이 독후감도 미루다가 일주일이 지나 지금쓴건 안 비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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