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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서평] MBTI의 탄생과 이상한 역사 - 성격을 팝니다

기록하는 동구 2020. 9. 25.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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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ENFP야 너는 뭐니?" "음 나는 INTJ야 진짜 신기하네 딱 맞아"

요즘 우리들 사이에서 쉽게 이야기하는 주제인 MBTI성격 검사이다. 서로의 성격유형을 말하고나면 굳이 설명을 하지않아도 타인을 이해하게 되는 신비한 경험을 하게된다. 이런 왠지모를 유대감에 이어 해당 결과로 나온 MBTI성격에 맞아 떨어지는 그들의 간증들이 이어진다면 더욱더 신뢰하게 된다. 게다가 어떤  성격유형으로 분류되도 우열을 가리는게 아니라 해당 성격마다 장점들을 보여준다. 어떤 결과가 나온다해도 스트레스 받을일도 없다.

 

자 이렇게 당신의 성격은 16가지로 분류된 성격중 하나로 도장이 쾅 찍혔다. 어떻게 하면 매년 온라인으로만 200만명을 판별하는 이검사가 모든 사람을 16가지로 분류할수있을까?  같이 MBTI의 세계를 들여다보자.

 

 


MBTI의 탄생

MBTI를 만들어낸 장본인인 캐서린 브릭스가 살아가던 1900년대 초엔 여성들의 노동은 가정을 지키는 수호신으로 연결되었고, 이는 사회적으로는 아마추어라는 전문적이지 못한 이미지가 남아있었다. 캐서린은 칼 융의 성격이론을 토대로 자신의 딸 이사벨의 '육아 실험실'을 통해 양육했고 아마추어 심리분석가 임에도 '나는 누구인가' 에대해  끊임없이 사색하고 질문했다. 이사벨도 후에 영향을 받아 MBTI를 유형별로 만들고 미국교육기관 및 출판사등을 통해 MBTI널리 알리려고 노력하였다.


그렇다면, MBTI는 무엇일까?

MBTI는 세계에서 가장 대중적인 성격 검사 방법이다. 이 성격 검사는 포춘500대 기업, 수백개의 대학교, 병원, 교회,  교회, 군부대 심지어 정부 부처에서도 정기적으로 사용된다. 아마추어 심리분석가 였던 캐서린 브릭스 와 이사벨 마이어스(캐서린 브릭스의 딸)가 카를 융의 사상을 대중에게 쉽게 전파하기위해 1920년대에 이 성격검사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총 4가지의 선호지표를 통해서 여러개를 조합해 16가지유형으로 분류한다. 예를들면

  1. 외향성(Extraversion)  / 내향성(Intraverison) - 에너지의 방향
  2. 감각형(Sensing) / 직관형(Intuition) - 인식기능,정보수집
  3. 사고형(Thinking) / 감정형(Feeling) - 판단기능,결정,선택
  4. 판단형(Judging) / 인식형(Perceving) - 생활양식

이 4가지 선호지표중 하나씩 알파벳을따서 하나의유형을 결정짓는것이다. 나같은경우는 검사를했을때 ENTP가 나왔다 ㅋㅋㅋ 

 

MBTI 16가지 유형

 


MBTI의 2가지 문제점

1. 성격은 변한다?

실제로 MBTI성격 검사를 받은 50%이상이 몇주뒤에 다시 검사를 실시했을때 다르게 나온걸로 집계가 되었다. 성격은 태어날때부터 정해진다고하는 MBTI의 전제조건에 맞지않는 부분이다. 검사를 실시한 사람들 통계치로 봤을때 E(외향적성격) 와 I(내향적성격)의 분포가 명확하게 쌍봉분포로 나누어 나타나지는게 아닌 아래와 같이 정규분포처럼 외향과 내향의 차이가 아주 미세하게 차이나는 사람들이 대부분인걸로 들어났다.

정규분포

이때문에 검사결과가 항상 뒤바뀌는 것이고, 외향과 내향의 차이를 극명하게 가를수있는 기준을 가진사람은 몇 없다는 것이다. 반면에 MBTI는 흑백논리로 인해 외향과 내향중에 하나로 결정되기때문에 결국 내가 받은결과의 하나의 틀에 나를 끼워맞추는 꼴이다. 이러한 문제는 성격검사를 통해 인격을 갖춘 고유한 정체성을 찾았다고 믿게 만들지만 사실은 각자의 개성을 뭉개버리고 사전에 결정된 몇몇유형으로 자기자신의 행동을 수평화하고 변화의가능성을 봉쇄해버린다. 이러한 검사는 권력을 쥔 조직의 이해를 대변하는 도구로 쓰이기 일쑤다. 회사, 대학교, 병원, 군대등은 그들의 경영이나 업무를 합리화하는데 MBTI를 이용해서 사람들을 배치했다.

 

 

테오도르 아도르노 : 개인의 성격을 유형으로 분류해 평가하는 행위는 '개인의 소멸' 이다.

 

2.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가짜 MBTI

과학적근거가 없고 통계에도 반하는 결과를 부정확한 MBTI도 문제지만, 요즘 온라인에서 성행하는 유사MBTI들은 기존MBTI를 더 간소화하고 축소했기때문에 신빙성은 더욱 떨어질수밖에없다. 나의 정체성을 찾고싶다는 기존의 의문은 엉뚱하게 해소될수밖에없다.


MBTI에 대한 나의 생각

그 답을 찾기위해 4년전 나는 해외로 몸을 돌렸다. 새롭고 많은 경험들을 하고나면 나에 대해서 좀 더 알수있을거라는 막연한 기대였다. 한번은 일을 직접 발로 뛰면서 구해보려고 시내로 나왔다.
그 날 하필 눈이 많이 내렸고 내 오른쪽 팔에는 이력서를 쉽게 빼놓을 수 있도록 100장 넘는 뭉치로 든 파일이 있었다.당시 영어는 못하고 사람한테 말 거는게 부끄러워서 처음 지원해보려던 어떤 한 레스토랑앞에서 펑펑 내리는 눈을 맞으면서 20분간 서성였다. 그러다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서 냅다 모르겠다하고 들어가서 쭈볏쭈볏 매니저랑 대화했던게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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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의 나는 내향적이라서 서성였던 것일까? 왜 지금은 처음보는 사람과도 쉽게 말이 잘통하고 스스럼없이 다가갈수 있는걸까? 어릴때 검사한 MBTI가 평생의 내 성격과 그에맞는 직업을 결정한다면, 내가 굳이 그 도전을 해낼 용기조차 가졌을까? 아니면 그전에 외국을 아무도움없이 혼자 떠날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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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따지고 보면 그날 내가 그 레스토랑을 들어갈수 있었던 건, 성격보다는 상황이 주는 압박이 더욱 컸다. 그곳을 들어가지않는다면 당장 내가 지낼곳이나 먹는데 쓸 돈이 없었다. 나는 이 새롭고 익숙하지않은 이상황에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했고 몸부림 쳐야했다. 결국 그날 몇번 돌리다가 자신감이 붙어 하루만에 100통이 넘는 이력서를 다 돌리고 수많은 인터뷰제의를 받게되었다. 물론 성격이 극단적으로 모든것을 결정 하진않겠지만, 우리가 삶을 살아가면서 수많은 선택을 하게 될때 매번 나라는 존재를 틀안에 가두고 결정을 하게 된다면 각자 사람 저마다 가진 다채로운 색깔을 뿜지 못하게되지는 않을까? MBTI를 통해 딱 들어맞는 나의 정체성을 찾아 기쁘지만 그게 내 전부는 아니라면? 그러면 MBTI 이 검사는 아예 쓸모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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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이 성격검사가 아예 틀리다고는 못하겠다. 나에 대한 인식을 다분히 반영하고있고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답변을하면서 내가 보여주고 싶어하는 모습이 투영되니까 말이다. 이 또한 내가 바라는 나의 모습중 하나 일 것이다.
이 책을 읽고나서 나는 불편하게 자유로워졌다. 단순한 알파벳표기로 나를 정의할수없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나를 틀 안에 가두지않아서 자유로워 졌고 동시에 나 자신이 누구인가 물었을때 답이 명쾌하지않아 불편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그 답을 찾는 방법은 확실하게 알아냈다. 온전히 내 자신에게 집중하며 주변사람들과 같이 살아가는 과정자체가 나 자신에 대해서 알아가는게 아닐까? MBTI에서 나에게 붙혀주는 라벨보다는 앞으로는 나 강동현 그 자체가 수식어가될수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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