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혼자 바이브코딩으로 3주 만에 앱 출시 했습니다. 본문

프로덕트 엔지니어

혼자 바이브코딩으로 3주 만에 앱 출시 했습니다.

기록하는 동구 2026. 5. 14. 18:35
반응형

옆자리돗자리. 한강 돗자리에서 옆자리 사람들끼리 모여 마피아 게임 같은 걸 할 수 있는 앱이에요.

기획, 디자인 아무것도 모르는 제가 어떻게 했을까요?


첫 번째 문제는 디자인에서 왔어요

제가 디자인에 대해 알던 단어가 "유저친화적", "인터렉티브" 이 두 개가 전부였습니다. 그러니까 AI한테 시킬 줄을 모르더라구요.

회사 다닐 땐 디자이너분이 "이건 톤앤매너에 맞아요" 해주면 그런가 보다 했고, "이 카드 컴포넌트 통일하시죠" 하면 그런가 보다 했어요. 옆에서 봐도, 제가 정해본 적은 없었습니다.

근데 1인으로 만들려고 보니까 제가 정해야 하는 거예요.

리퀴드 글래스가 뭔지, 글래스모피즘이 뭔지, 요즘 트렌드가 뭔지. 들어본 적도 없었습니다. 흔한 디자인 요소 이름들도 잘 몰랐어요.

그러니까 AI한테 시키는 말도 단순했습니다.

"이 탭 유저친화적으로 바꿔줘."
"이 카드 가독성 있게 바꿔봐."

이게 제가 알던 단어 전부였어요. AI가 "어떤 스타일로요? 글래스모피즘? 뉴모피즘? 미니멀?"이라고 되묻는데, 저는 그 단어들이 뭘 의미하는지를 몰라서 대답을 못 했습니다.

뭘 모르는지를 모르니까, 질문도 못 하는 거예요. 그리고 질문을 못 하니까, AI한테 시킬 줄도 모르는 거였습니다.

그래서 키워드를 하나씩 검색하면서 공부했어요. 글래스모피즘이 뭔지, 뉴모피즘이 뭔지, 카드 컴포넌트가 뭔지, 패딩이랑 마진이 어떻게 다른지. 모르는 단어가 나올 때마다 검색하고, 예시 보고, 그제야 AI한테 다시 시켰습니다. "이 카드를 글래스모피즘 스타일로 바꿔줘"라고 말할 수 있게 되기까지, 며칠이 갔어요.

두 번째 문제는 기획에서 왔어요

저는 항상 "MVP, MVP" 외치던 사람이었습니다. 근데 정작 제가 만든 앱을 만들 때는 그게 잘 안 되더라구요. 이 기능 추가하고, "이 기능쯤은 금방하지" 이러면서요.

외주로 클라이언트 만났을 때마다 "MVP부터 가시죠"라고 항상 말하던 제가, 정작 제 앱 만들 땐 못 하는 모습을 보고 많이 반성하게 됐습니다.

만들다 보면 "이 기능만 간단하게 추가하자"가 안 멈춥니다. 본투비 개발자라 그런가, 만들 수 있다는 감각 자체가 자꾸 기능을 늘려요. 매칭 기능 만들다가 "근데 채팅도 있어야 하지 않나?" 싶어서 터미널 하나 더 켜고, 채팅 만들다가 "프로필도 있어야지" 싶어서 또 터미널 하나 더 켜고요.

기획서 한 장 없으니까 멈출 줄을 몰랐어요. 어디까지가 1차 출시고 어디부터가 다음인지, 제가 정하지 않았으니까 끝이 안 보였습니다.

결국 제 자신과 어느 정도 타협을 봤어요. 완벽하게 가져가려고 했으면, 아마 지금까지도 출시 못 했을 겁니다.

세 번째 문제는 마케팅에서 왔어요

마케팅 계획이 아예 없었습니다. 그래서 또 개발자답게, n8n부터 켰어요.

출시일이 다가오니까 그제야 "이제 누구한테 어떻게 알리지?" 싶었습니다. 인스타? 트위터? 스레드? 어떤 채널부터 해야 하는지 감이 없었어요.

근데 이걸 또 자동화로 풀려고 들더라구요.

"매일 관련 소식이랑 경쟁 앱 동향, 데이팅 앱 트렌드를 자동으로 끌어오면 어떨까? n8n으로 워크플로우 짜서 연동해놓으면 매일 인풋이 들어올 거고, 그걸로 콘텐츠 만들면 되지 않을까?"

그래서 n8n 켜서 자동화부터 세팅했습니다. 한강 행사 정보 자동 수집, 경쟁 앱 업데이트 모니터링, SNS 트렌드 리포트. 매일 아침 8시에 메일로 들어오게 해놨어요.

만들고 보니까 또 만족스러웠습니다. "이 인풋만 있으면 콘텐츠는 알아서 나오겠지" 싶었어요.

근데 그 다음 단계가 안 풀렸습니다. 인풋이 매일 쌓이는데, 정작 "그래서 누구한테, 어떻게 알릴 건가"는 한 줄도 안 정해져 있었어요. 자동화는 만들기 재미있었고, 마케팅 본질은 막막했습니다. 결국 만드는 재미에만 더 몰두한 거예요.

잘 만들어도 팔리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어디서 들었던 말인데, 제가 그걸 그제야 다시 떠올렸습니다. 코드 짜는 것보다 어려운 게, 자동화 짜는 것보다 어려운 게 있었어요. "이 앱이 필요한 사람이 어디 있고, 그 사람한테 어떻게 닿을 것인가." 리드를 먼저 발견하는 것. 만드는 사람이 가장 미루기 쉬운 영역이었습니다.


돌아보면 세 번 다 똑같았어요.

디자인을 몰라서, 기획을 못해서, 마케팅에 막막해서 부딪힌 게 아니었습니다. 제가 정해본 적이 없는 영역에 들어와서 부딪힌 거였어요. 회사에선 디자이너가, PM이, 마케터가 정해주던 것들. 그걸 제가 다 정해야 하니까, 자꾸 막막했던 겁니다.

코드는 AI가 5분이면 짜줍니다. 디자인도, 기획도, 마케팅 자동화도 AI한테 시키면 다 나와요.

결국 본질은 기본기에 있는 것 같습니다. 디자인의 기본기, 기획의 기본기, 마케팅의 기본기. 그게 있어야 AI한테 뭘 시킬지를 알고, 시킨 결과물을 어디서 자를지 정할 수 있더라구요.

옆자리돗자리는 그 기본기를 하나씩 깨우치면서 만든 첫 결과물입니다. 다음 한강 가실 때 한 번 깔아보세요.

반응형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