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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덕트 엔지니어

그 뒤를 메우는 사람

기록하는 동구 2026. 6. 19.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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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요즘 채용시장에 나와 있다.

나와 보니 FDE와 AX 엔지니어 공고가 갑자기 쏟아진다. 크래프톤은 학력도 경력도 안 보고 FDE를 뽑고, LG CNS·KT·삼성SDS도 전담 조직을 만들었다. 1년 새 수요가 일곱 배, 연봉은 4억까지 간다. 회사들이 진심인 건 분명하다.

그런데 지원자로 그 열기를 받아보면 생각보다 단단하지 않다.

이건 성숙이 아니라 시작이다

이건 다 정리된 성숙한 시장이 아니라, 이제 막 도입을 시작한 초기 시장이다. 맥킨지는 2023~2024년을 실험의 시기, 2025년부터를 실행의 시기로 본다. 기업의 88%가 AI를 쓴다지만, 규모 있게 굴리는 곳은 셋 중 하나, 업무를 진짜로 다시 설계한 곳은 34%뿐이다. 다들 시작은 했는데, 현장에 안착시키는 단계에서 멈춰 있다.

회사는 몇 가지 얼굴로 나뉜다

그게 면접에서 고스란히 보인다.

가장 흔한 건 만들어도 버려지는 회사다. 누군가 자기 일을 줄여주는 AI 워크플로를 직접 만든다. 효과도 진짜 있다. 그런데 그게 그 사람 브라우저 탭 안에서만 산다. 옆자리로 입소문은 나는데, 팀의 도구가 되거나 제품으로 올라가진 않는다. 받아주는 곳도, 관리하는 사람도 없으니 한 번 쓰이고 버려진다. 개인은 빨라지는데 조직은 그대로다. 쓸 만한 게 매번 새로 만들어졌다가, 매번 사라진다.

비전이 너무 큰 회사도 있다. 'AI로 회사 전체를 바꾸겠다'는 슬라이드는 두껍다. 그런데 다음 분기에 당장 손볼 게 뭐냐고 좁히면 답이 흐려진다. 큰 그림은 있는데 첫 삽이 없다.

도구는 다 깔린 회사도 있다. 전 직원에게 Claude나 Copilot 엔터프라이즈를 쥐여줬다. 그런데 들여다보면 그게 이메일 요약하고 회의록 정리하는 데서 멈춘다. 옆으로는 넓게 퍼졌는데, 정작 핵심 업무 안으로는 안 들어간다. 좌석은 전부 채웠지만 일하는 방식은 그대로다. 도구를 나눠주는 건 결제의 문제고, 그걸 핵심 업무에 박아넣는 건 전혀 다른 일이다.

또 하나는 너무 적극적인 회사다. 조직장이 누구보다 AI에 진심이라, 직원마다 도구를 붙여주려 한다. 얼핏 가장 앞서 보이는데, 정작 그 도구가 무엇을 보고 무엇을 내보내는지엔 관심이 없다. 의욕은 최고치인데 그 뒤를 받칠 체계는 비어 있다. 빠른 도입이 성숙을 증명하진 않는다.

그러다 가끔 자기 문제를 아는 회사를 만난다. 흔하지 않다. 이런 곳은 말투부터 다르다. "이 업무가 여기서 이만큼 막혀 있고, 사람이 이걸 손으로 처리하느라 하루를 버린다"고 구체적으로 말한다. 도구 얘기는 그다음이다. 이런 회사 앞에서는 마음이 뛴다.

결국 답의 화려함이 아니라 선명함이 갈랐다. 비전을 크게 말하는 회사보다, 자기가 어디가 아픈지 좁게 말하는 회사가 진짜였다.

다음으로 보는 건 사람이다

회사가 자기 문제를 아느냐 다음으로 내가 보는 건, 그 안의 사람들이다. 경영진이 아무리 AX를 외쳐도, 정작 실무자들이 일상에서 AI를 안 쓰면 그건 위에서 내려온 구호다. 반대로 시키지 않아도 팀원들이 알아서 AI로 일하고, 잘 안 된 시도까지 거리낌 없이 공유하는 회사가 있다. 그런 곳은 이미 실행 단계에 들어와 있다. 도구는 돈으로 살 수 있어도, 그렇게 쓰는 문화는 살 수 없다.

문제는 '그 뒤'에 있다

회사들 대부분에겐 앞부분이 있다. "AI로 혁신하고 싶다." 문제는 그 뒤다. 현장에 붙이고, 사람이 쓰게 하고, 돌아가게 하는 부분이 비어 있다. FDE를 뽑는 건 그래서다. 답을 몰라서가 아니라, 그 빈 뒤를 메워 현장에서 받아낼 사람이 필요해서다. 지금 시장이 4억을 주고 사려는 게 그거다.

그래서 나는

사실 나도 답을 들고 면접에 들어가는 건 아니다. 나 역시 그 뒤를 같이 더듬어보려는 사람이다. 그런데 이 어수선함이 나에겐 오히려 끌리는 지점이다. 자리가 아직 안 굳었다는 건, 내가 비집고 들어가 만들 여지가 있다는 뜻이니까. 실제로 면접을 한 곳씩 지날수록 내가 어디에 서고 싶은지가 더 또렷해진다. 잘 정리된 일을 받는 자리에선 마음이 식고, 문제가 뭉개져 있는 자리에서 살아난다. 한 번 풀고 버려지는 문제 말고, 붙잡을수록 내 안에 쌓이는 문제를 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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